양 이야기 생각에 사로잡히다
2010.06.19 09:00 Edit
어느 목장에 양떼와 양 치는 목자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양들 중 일부가 모여서 의논을 했습니다.
"우리가 수가 많으니 모두가 목자와 함께 지내기가 어렵구나. 무리를 작은 무리로 나누고, 각각 대표를 세우자. 그리고 대표들이 목자들과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러면 많은 수를 상대하지 않아도 될테니 목자도 덜 피곤할것이고,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양들은 무리를 작은 무리로 나누고, 대표를 세웠습니다. 대표로 뽑힌 양들은 목자에게 가서 얘기하였습니다.
"목자님, 저희가 무리를 나누고 대표를 세웠습니다. 무리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저희에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듣고 저들에게 전하겠습니다."
그 후 양들의 대표는 목자를 정기적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면 목자는 다음에 풀을 뜯으러 갈 곳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그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면 대표는 다시 무리로 돌아와 목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목자가 "다음은 저 산으로 가자."하고 말하면, 양들의 대표는 그 산까지 갈 방법을 의논하고, 갈 방법을 정한 뒤, 무리에게 전했습니다. 무리는 대표들을 따랐고, 대표들은 무리들을 인솔하였습니다. 양들의 대표들은 생각했습니다.
'야, 이렇게 하니 훨씬 일처리도 쉽고 번거럽지도 않구나! 우리의 목자도 이것으로 덜 피곤하겠지. 우리는 우리 무리들을 이끄는 중요한 위치에 있으니, 절대 방심하지 말도록 하자!'
대표들은 목자가 하는 얘기를 그대로 전하다가, 이젠 그들 스스로 목자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의논하여, 목자의 생각을 추측한 뒤, 그 생각을 따르기 위한 행동을 의논하였습니다. 그리고 무리로 돌아가 그들이 이들의 결정을 따르기를 요구하였습니다. 무리들은 아무 말 없이 잘 따랐으며, 목자가 누구였는지 잊게 되었습니다. 그들 앞에는 대표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루는 양들이 새로운 목초지로 이동할 때였습니다. 양들의 대표가 말하였습니다.
"동지들! 이번에는 저쪽 산으로 이동할 것이오. 이쪽 방향으로 가면 되니 모두들 나를 따르시오!"
그러자 한 양이 말했습니다.
"지혜롭고 성실한 우리들의 대표여! 저쪽 산으로 이동한다는 말이지요? 제 생각에는 그쪽 길 보다는 이쪽 길이 더 나을 듯 싶습니다."
그가 제시한 길은 겉보기에 좁고 험난하며 위험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대표들은 성을 내며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오? 우리는 당신보다 더 오래 이 무리를 이끌었고, 이 사안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소. 그러니 우리의 결정을 따르시오. 이 길이 맞소."
"하지만 난 이쪽길이 더 나은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쪽 길이나 그쪽 길이나 걸리는 시간은 매한가지일것 같으니, 난 이쪽 길로 가겠습니다."
몇몇 양들이 그에게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양들의 대표는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불쌍한 동지여, 왜 굳이 어렵고 험난한 길을 택하려 합니까? 이쪽에 탄탄대로가 있고 많은 이들이 이쪽으로 가는데 의문을 제기하지 않소. 그런데 왜 꼭 그쪽 길로만 가려 합니까? 그만 고집을 꺾고 함께 이쪽 길로 갑시다."
"난 그 길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쪽 길을 난 택했습니다.
"참으로 고집이 세구려. 뭐, 아직 이동하기까지 기일이 좀 남았으니, 그때까지 잘 고민해보도록 하시오."
그 뒤 대표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의 마음을 돌이키려 노력했습니다. 윽박지르기도 하고, 구슬리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확고했습니다.
마침내 저쪽 산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표들은 무리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하고, 그에게 왔습니다.
"아직도 생각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제 생각은 확고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대표들은 그를 연민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쪽으로 갔으면 더 좋았으련만. 당신의 생각이 그다지도 확고하니. 우린 이만 출발해야겠소. 혹여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땐 우리의 결정을 따르기를 바라오."
"... 당신들과 나의 목표는 같으나, 거기에 이르는 방향은 다르군요."
대표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 하고는, 몸을 돌려 무리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무리를 이끌고 목자가 기다리는 저쪽 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는 저들을 바라보며 짧게 탄식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과 그들이 가야할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곳곳에 가시덤불이 자라고, 길은 좁았으며, 울창한 숲은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강하게 그를 이끄는 듯 했습니다.
"... 우리도 출발합시다."
그들은 그들이 결정한 길을 향해 묵묵히 나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