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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형 멀티채널 녹음 시스템

종종 라이브 믹싱과 함께 레코딩을 맡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라이브 레코딩은 믹싱과 (때에 따라선) 영상에 입히는 작업까지 하게 됩니다. 보통은 디지털 믹싱 콘솔을 사용하여 이더넷 혹은 IEEE1394 케이블을 통해 녹음을 하는데요.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꼭 한 번씩 시스템 과부하(!)로 녹음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리허설 중에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괜찮았는데, 정작 공연 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마 제 랩탑의 문제이거나, 제가 세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공연 중에 라이브 믹싱과 레코딩을 모두 신경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선배님들께선 Alesis의 HD24를 사용한다던지, 녹음 전용 프로툴 시스템을 가지고 다니며 라이브 레코딩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전설의(?) HD24지만, 오늘날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기기를 찾기도 어렵고(중고 가격도 꽤나 고가입니다), 녹음을 하더라도 재작업을 위해 DAW로 옮기는 것이 일입니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Firewire 연결 옵션이나, 이더넷 케이블을 통한 전송이 있지만, 속도가 매우(*100) 느리지요. (답답한 마음에 3rd party로 'HD24 Tools' 라는 것이 나왔습니다만...)

오늘날 대부분의 경우에서, 디지털 믹싱 콘솔과 PC를 이용한 멀티트랙 레코딩은 높은 안정성과 손쉬운 사용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PC'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혹은 운영체제의 오류로 인한 작업 중단 현상(소위 "뻑난다"라고 하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독립형 멀티트랙 레코더들은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JoeCo의 'Black Box Recorder'(최근엔 'Blue Box Recorder'가 나왔습니다) 입니다. 하나의 기기로 24트랙의 녹음이 가능하고, 높은 가격만큼 다양한 옵션(-질)과 안정성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1U라는 작은 사이즈(HD24와 그 경쟁제품들이 3U였던 것에 비해)와, 외장 하드디스크 드라이브(USB로 연결하는)를 그대로 녹음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외장하드에 녹음된 파일은 그대로 PC에 연결함으로 불러올 수 있으니까요. 갑작스럽게 전원이 끊어지거나, 외장하드를 뽑거나, 기계를 뚜까패지 않는 한 외장하드의 용량이 가득찰 때까지 묵묵히 녹음을 한다는 점(그야말로 '블랙박스')은 이러한 방식의 멀티트랙 레코더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와 비슷한 컨셉으로 나온 것이 Cymatic Audio의 'uTrack 24' 입니다. 이 역시 24채널을 동시에 녹음할 수 있고, USB를 통해 외장하드에 녹음을 할 수 있습니다. JoeCo의 것에 비해 염가의 모델이기에(대략 1/3 정도?), 입/출력은 DB25 단자를 통한 밸런스 전송만 지원하며, 레벨미터도 3색 LED 하나로 표현되는 등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다만 JoeCo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리모트 기능, 멀티채널 재생을 기본적으로 지원하고, 밸런스 입/출력에 옵션카드를 더해 MADI, ADAT, AudioLAN의 입력방식을 추가할 수 있으며(JoeCo는 하나의 입/출력 방식을 선택하면 다른 방식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USB Host연결을 통한 Audio Interface의 기능과, 이더넷 허브를 연결하여 Sync도 가능하니 그 기능면에서는 JoeCo를 압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의 차이만큼 AD/DA converter에 차이가 있거나, 구체적인 기능상의 차이는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Music Group의 디지털 콘솔인 X32나 M32가 파격적인 가격과 기능으로 보금형 시장을 선점했던 것처럼, uTrack24도 비슷한 위치를 점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작업중인 책상의 모습. DB-25 커넥터에 8채널 멀티케이블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참고. 압축되지 않은 PCM 방식의 WAVE 파일의 용량을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Bit rate) * (Sampling rate) * (time; second) * (no. of ch.) = "X" bit

예를 들어, 24비트 48KHz로 녹음된 1분 짜리 모노 파일이라면

24bit * 48,000Hz * (60 sec.) * 1 = 69,120,000 bit = 8,640,000 Byte = 8,437.5 KB ≒ 8.2 MB

가 됩니다. 여기에 헤더정보나 메타데이터가 추가되면 용량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위 상황에서 24트랙을 1시간 동안 녹음을 한다면 최소 약 11,865.2 MB ≒ 11.6 GB 의 용량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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