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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ECU Saver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그럼 엔진은 어떻게 돌릴까요? 줄을 잡아당겨서 강제로 엔진을 회전시켜 시동을 걸 수도 있지만, 오늘날의 자동차는 전기의 힘으로 시동을 겁니다. 열쇠를 꽂고 돌리면 스타팅 모터의 힘으로 엔진을 돌려주는 것이지요. 휘발유 엔진의 경우 스파크도 튀겨주고요.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난 다음에는 자동차 내의 다양한 전자장치들을 구동하기 위해 발전기를 돌립니다. 이것으로 카오디오, 계기판, 전조등 등 전기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구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발전기가 돌아가기 전에, 스타팅 모터는 누가 돌려주는 것일까요? 바로 '배터리' 입니다.



납축배터리라고 널리 알려진 차량용 배터리는 '시동 배터리'라고도 합니다. 차량의 시동단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충전/방전율이 크게 설계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날이 감에 따라 이 납축전지가 갖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방전율이 떨어진다는 것(=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과, 시동이 꺼진 후에도 블랙박스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 지속적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차량의 시동과, ECU의 휘발성 메모리를 저장하기 위한 전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합니다. 늘어나는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한 딥사이클(Deep-cycle) 배터리 라던지, 전해액을 유리섬유에 담아 특성을 좋게 한 AGM 배터리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SLA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고가이지요. (^^;)

암튼.. 오늘은 배터리 얘기를 하려고 하는게 아니구요. (이미 다 하고는?)

유난히도 바람이 찼던 요 근래.. 지난 두 번의 겨울을 잘 견뎌준 배터리가 방전이 되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자가 교환을 위한 준비를 해보았습니다(배터리 교환에 대한 글은 따로 작성하겠습니다).

위에서 적었던 것 처럼, 배터리는 ECU의 휘발성 메모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차량 주행 습관, 라디오 채널 목록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배터리를 교환하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면 모두 초기화 됩니다.

차를 공장 초기화 하고싶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간단하게 초기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습니다만(배터리를 분리하고 5분 정도 방치하면 된다고 합니다), 차량의 모든 정보를 고이 간직한 채 배터리만 바꾸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아주 성가신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ECU Saver' 입니다. 이 제품은 차량용 배터리에 연결하여 OBD 단자에 꽂아 ECU 메모리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품에 따라 차량 배터리 상태, 연결 여부, ECU Saver용 배터리 상태 등을 나타내는 LED가 달려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3~5년에 한 번 배터리 갈자고 수 만원 짜리 제품을 사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말하자면 3~5년 자동차 세팅 다시 잡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이는데.. (컴퓨터도 그정도면 포맷 하듯이) 어떤 분은 자동차 시동을 건 상태에서 배터리를 바꾸면 된다고 하십니다만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해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ECU Saver.

ECU Saver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OBD단자의 16번 핀에 (+)를, 4-5번 핀에 (-) 전기를 넣어주면 됩니다. 차량용 배터리가 연결된 상태에서는 여기서 상시전원을 뽑아쓸 수 있는데, 반대로 전기를 넣어줌으로써 배터리가 분리되더라도 ECU에 전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역전류를 방지하기 위해 16번 핀에 다이오드도 하나 달아줍니다.

저는 가끔 쓰는 장비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매일 쓰는 것도 아닌데, 충전지의 경우 충전 관리도 해줘야 하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구조는 아주 간단하고, 9V 배터리를 사용한 제품도 있으나.. '9V 배터리가 방전되면 어떡하지? (^^;;)' 하는 생각에 12V 어뎁터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뎁터 용량이 작으면 더 큰걸로 바꿀 수 있고, 고장나면 다른걸로 바꿀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작 ECU Saver의 내부 모습입니다.

OBD단자(수)와, 전원 연결 확인용 LED, LED를 위한 저항, 역전압 방지를 위한 다이오드, DC 커넥터, 굴러다니는 전선 쪼가리, 굴러다니는 12V 어뎁터 하나. 재료 중에 제일 비싼게 OBD 커넥터군요.ㅎ

자작 ECU Saver의 뚜껑을 닫은 모습입니다.

뚜껑을 닫고 나사를 조여주니 나름 그럴듯해 보입니다. 교체할 배터리가 오면 테스트 겸 실전투입에 나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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