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생존 기증자 신장이식 과정과 후기

*이 글은 신장 기증을 결정하신 생존 기증자(Living Donor)를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서술한 글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2019년 5월 29일-수술 준비하며), 저 또한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체험담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나도 한 번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적어나가다가 손을 놓은 지 한참이 되었습니다. 글이 게시되는 시점(2022년 말)에는 또 다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그 시점 제 경험을 서술한 것이니, 궁금한 점은 꼭 담당 코디네이터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증을 결심하신 분들, 진행 중이신 분들, 이미 기증한 분들 모두에게 경의를 보냅니다.

친족 중 한 분의 신장기능이 많이 떨어졌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60대 남성으로, 벌써 수년 전부터 혈색이 안 좋던 분입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신장 투석, 혹은 신장 이식을 권고받으셨습니다. 저와는 관계가 특별한 분이기에, 망설임 없이 제것을 내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다르다는 것, 혹시나 적합판정이 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검사를 받아보는 것으로 하고, 날짜를 잡았습니다.

#2019.5.28.(화), 영남대학교병원 신장내과

할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시던 수혜자. 오늘이 검사일이고, 지난 번 방문때 의사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공여자도 함께 합니다. 일단 수혜자 검사 결과에 대해 같이 듣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신장 기능을 100이라고 본다면, 현재 신장 기능은 10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투석을 진행하시는 것이 좋다는 검사 결과에 대해 수혜자께 말씀드리고, 공여자의 기본 검사를 진행합니다. 저는 본 병원 방문이 처음이므로, 외래 등록을 통해 고유번호를 부여받고 검사를 진행합니다. 1차로 검사는 [채혈/채뇨검사, 심전도 검사, X-ray(흉부와 아랫배?), 폐기능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모든 과정은 코디네이터 간호사 선생님이 동행하여 도움을 주셨습니다. 검사 결과는 하루 이틀 정도면 나온다고 합니다.

혈액형이 다른 점에 대해서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수혜자에 대한 전처리 과정이 필요한데, 혈장교환술을 통해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입원기간도 길어지구요(수술 전 2주 전부터 입원하여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장기 이식 시행 횟수가 굉장히 높다고 하는데, 덕분에 많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검사만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중간중간 코디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생전 처음 하는 검사들에 몸이 피곤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수혜자와 공여자 모두에게 연락을 드리겠다는 얘기를 듣고, 다음 방문일을 기약합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병원, 또는 일부 환자들은 2-3일 정도 입원하여 모든 관련된 검사를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검사 과정에서 부적합 결과가 나와 장기 이식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진행한 검사에 대한 비용은 환급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단계적으로 검사를 진행하여, 비용 발생이 최소화 되도록 한다고 합니다. 일례로, 건강한 줄만 알았던 장기가 검사결과 이식할 만큼의 상태가 아니라던지,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용종이나 암이 발견되어 이식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장기 이식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 검사는 자부담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식이 결정되고 국가 승인을 통해 수술이 진행되면, 보험공단을 통해 본인 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환급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나머지 검사들을 진행하는 것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2019.5.29.(수), 영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장기이식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결과는 양호함. 이제 차후 검사 일정을 잡으면 된다고 합니다. 수혜자와 함께 해야할 검사는, 서로의 피를 섞어서 항체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결과가 '음성'이어야지 실제 이식시에도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진행이 힘들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이후에는 실제 수술 준비를 위한 검사들이 남아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CT촬영, 사회복지과와 정신건강 의학과에서의 상담, 위/대장 내시경 검사, 기타 서류들 제출 등..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본 병원에서 진행할 필요는 없고, 가까운 개인병원 등에서 실시하고 결과만 알려주면 된다고 합니다. 신분증도 제출해야 하는데, 최근 사진으로 만든 주민등록증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준비할게 좀 있습니다. (^^;)



(*이후 작성된 내용은 시일이 많이 지나고 작성하는 것이라 상세한 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 기록에 의의를 두고 간단히 작성하겠습니다)

#2019.6.4.(화)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합니다. 채혈실에서 뽑은 피로 이번엔 [항체반응검사][유전자검사]를 진행합니다. 채혈을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간단한(?) 상담과 더불어 심리검사지를 받습니다. 이는 작성 후 다음 내원시 제출해주면 된다고 합니다. 심리검사지인만큼 너무 고민하지 말고 작성해달라는 말과 함께.

*이후 시간이 있으면 병원 한쪽에서 바로 작성해서 제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작성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다음에 또 찾아와서 제출하고 그러느니 당일 작성해서 제출하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2019.6.19.(수)

오늘은 두 가지 검사와 하나의 상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핵영상의학과'에서 [신장기능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신장의 크기와 위치,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신장 CT촬영]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기계 앞에서(안에서) 이쁘게 찍히기 위해 자세를 잡아봅니다. 촬영 전에 주입하는 조영제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은 '사회복지과'에서 진행했습니다. 공여자의 주민등록 초본, 공여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가족증명서 등을 제출하고(제 경우 친족이었기에), 공여자와 보호자 모두 상담을 진행합니다(각각 따로 진행). 정신건강의학과와 사회복지과에서 상담을 통해,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받게되는 질문은 '본인의 의사로 기증을 진행하는 것인가' 입니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보면 가족임에도 수술 당일 기증 의사를 철회한다던지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병원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미리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마음먹게 하는 듯했습니다. 제 경우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당연한 마음으로 기증을 마음먹었기에, 그리고 이 분야 전문가들이 수술을 포함한 기증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크게 마음이 동요하거나, 불안하진 않았습니다. 상담 끝에는 간단한 본인 확인서(주소와 이름, 서명이 들어간)를 작성하고 마쳤습니다.



#2019.8.19.(월)

모든 검사 결과가 순조로이 나왔고 수술날이 잡혔습니다! 간단히 짐을 싸서 부모님과 병원으로 향합니다. 초기 담당과는 '신장내과'로, 교수님께 이후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듣습니다. 입원 환자가 나가는 점심때가 지나고 입원절차를 밟습니다.

처음 입는 입원복은 묘합니다. 이제야 좀 실감이 나는가 싶었는데, 이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런 수술이 희귀한 수술도 아닌데, 뭐. 오늘은 [채혈검사][흉부/복부 X-ray촬영]을 진행합니다. 피검사는 정말 많이 하는 듯합니다. (^^;) 엑스레이 촬영은 모두 수술 준비를 위한 것입니다.

이제는 수술날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2019.8.20.(화)

병원의 하루는 정말 일찍 시작됩니다. 5시 부터 밖이 분주하기 시작하고, 혈압 검사, 환자 상태 확인 등을 위해 간호사분들이 바쁘게 오갑니다. 7시 반께 준비된 밥을 먹고, 들고 온 책을 꺼내봅니다. 흥미로울 것 같에서 사두곤 읽지 못했던 책인데, 펼치곤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꾸벅꾸벅 옵니다. 적당히 읽다가 덮고는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20시 20분 쯤 담당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피검사 결과는 깨끗하고, 전신마취 허가만 나오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립니다.



#2019.8.21.(수)

아침 6시 40분에 채혈을 합니다. 7시 10분엔 항생제 알러지 반응을 검사합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침식사 후 항생제를 처방하고 링거를 달 것이라고 합니다. 오후 4시 이후 '장 정결'(관장 등)에 들어가고 자정 이후엔 완전 금식이라는 설명을 듣습니다. 8시 20분 담당 의사분이 오셔서 오후부턴 담당과가 '비뇨기과'로 바뀔거란 얘기를 하십니다. 수술은 내일 진행할 것이고, 불편한 건 없는지, 많이 하는 수술이니 안심하라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점심식사 후 13시 25분쯤 수혈 동의서를 작성합니다. 저는 헌혈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미 해주신 분들을 통해 이렇게 도움을 받습니다. 15시 10분쯤 비뇨기과에 방문합니다. 수술과 그 이후에 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수술은 첫 타임(7시 20분)에 들어갈 것이고, 기증할 콩팥은 좌측이며, 수술이 끝나면 가스(방귀)가 나온 뒤부터 미음으로 시작해 미음/죽/죽/밥/밥 식으로 식이를 조절할 것이라고 합니다. 소변줄과 피 주머니를 달게 될 것이고, 수술 다음날부턴 빠른 회복을 위해 운동(병동 산책 등)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16시에 1차 관장을 합니다. (근데 왜 17시 50 저녁밥 사진이 찍혀있을까요?) 17시에 비뇨의학과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을 위해 제모할 위치를 확인하고, 절개할 위치도 확인합니다. 수술은 복강경수술로 진행될 것입니다. 20시 50분에 수술부위를 제모하고(처음엔 해당 부위만 제모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21시 10분에 2차 관장을 합니다. 오늘 한 관장은 내시경 찍을 때처럼 먹어서 배출하는 것이 아닌, 밑으로 약제를 밀어넣습니다. n분 이상 충분히 참고 화장실에 가라고 해서 충분히 기다렸다가 변기로 내보냅니다. 나오는 건 위내시경 준비할 때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21시 30분에 마지막 X-ray 촬영을 합니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수술입니다.

이날 저녁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오셨습니다. 마침 오가는 길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그래도 오셔서 격려해주고 가셨습니다. 물론 면회가 되는 시간이 아니어서 병원 1층 로비에서 뵈었지만요. (이후로도 장 정결과 수술 준비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



#2019.8.22.(목)

날이 밝았습니다! 컨디션은 아주 좋았고, 마지막 확인 몇가지를 받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절차에 따라(?) 이동식 침대에 누운채로 수술실로 향합니다. 염려하시는 부모님을 향해 걱정하지 마시라며 엄지척을 올려드리고 대기실로 들어갑니다. 아침부터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8시 15분쯤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몇 개의 방을 지나 내가 수술 받을 곳으로 들어갑니다. 옆방이나 어디엔 기 분도 계시겠지요. 수술실 공기는 다소 싸늘합니다. 주변에선 수술을 담당할 간호사와 의사분들이 분주하게 수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왼쪽 손등에 연결된 관이 아직 불편하지만, 도움을 받아 수술대로 옮겨갑니다. 호흡기가 입가로 왔고, 저는 언제 시작하는 걸까 생각하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봅니다. 그리곤 그냥 눈을 감고 있자 생각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게 끝이었습니다

눈을 다시 떴을 땐 왼쪽 옆구리의 뭉근한 고통과 함께, 이동식 침대에 실려 병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13시 30분. 병실에 도달하여 침대로 옮겨갑니다. 와, 이거 상당히 아픕니다. 수혜자는 감염관리를 위해 중환자실(멸균실?)로 들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술결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듣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교수님이 내부 봉합을 끝까지 진행하셨으며, 신장이 보통보다 커서 빼내기 위해 좀 더 절개를 했다고 합니다(나중에 보니 10cm 정도 됩니다 - 속옷에 가려지는 위치). 몸은 굉장히 피곤합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버튼을 눌러도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 모르겠고, 옆구리는 아프고, 간호사님은 운동을 해야 빨리 낫는다고 합니다. 수술부위 압박을 위한 복대를 차고, 폴대를 끌고 기다시피 병실이 있는 층을 한 바퀴 돌고 옵니다. 오늘은 그렇게 갔습니다.



#2019.8.23.(금)

이후로는 검사와 회복의 연속입니다. 오전에 이동식 엑스레이 촬영기계를 통해 X-Ray를 찍었고(몸 아래로 패드?를 넣어야 했습니다. "흐아아아아앙ㄱ!"), 간호사님이 얘기합니다. "어제는 절대안정이셨고, 오늘부턴 조금씩 운동하시면 됩니다." 어제 그 분은 왜..? 아무튼, 하루하루 '낫는다'는 느낌은 듭니다. 폐기능 회복을 위한 보조기구를 열심히 들이마시고, 심심하면 병동을 한 바퀴 걸었습니다. 이제 가스만 나오면 무언가를 먹을 수 있을텐데요.



#2019.8.24.(토)

오늘도 X-Ray를 찍습니다. 이번엔 촬영실로 내려가서 찍었습니다. 촬영을 하기 위해선 촬영대에 누워야 하는데, 사람이 눕고 안고 서는데 복부 근육을 그렇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흐으으으윽!" 팔에 힘을 잔뜩 준 채로 간신히 눕고, 촬영하고, 구르듯 내려와 다시 병실로 향합니다. 수술한건 옆구리인데 왠지 다리까지 절게 됩니다. 욱신욱신.

좋은 경과가 있다면, 밤중에 가스가 나왔습니다! 피식- 하는 힘없는 배출이었지만, 이제 뭔가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점심부터 미음이 나왔습니다. 저녁까지 미음을 먹으면 내일부턴 죽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뭔가를 씹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2019.8.25.(일)

일요일이 밝았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은 한 집사님께서 교회 시스템 운용을 맡아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도 엑스레이 촬영이 있고 피검사를 했습니다. 옆구리는 어제보다 덜 아픈 듯합니다. 맛있는 죽을 먹고, 오전중에 소변줄을 제거했습니다. 저는 그게 거기에 그렇게 들어가 있는줄 몰랐습니다. 방광 내에서 팽창했던 기구를 줄이고, 방심한 찰나에 쑥. 잠깐입니다.

점심을 먹고는 피 주머니를 제거하고 상처부위를 소독합니다. 고인 피를 빼주는 관도 상당히 길었드랬습니다. 뽑아낸 구멍은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의료용 접착제로 붙였습니다. 이렇게 제 복부엔 수술을 위한 구멍 3개와, 적출을 위한 절개창 하나가 있습니다. 나으면서 살이 볼록 올라오긴 했지만 꼬맨 자국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니 몸도 가벼워지는 듯합니다. 저녁부턴 밥을 먹었습니다. 오므라이스에 (순한)육개장!



#2019.8.26.(월)

피검사를 하고, 운동(병동 산책)을 합니다. 특식이었던가, 밥도 잘 나옵니다. 한 번씩 친족이 계신 병실에 찾아뵈었고, 아침 회진시간이 겹쳐서 같이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들을 것은 없습니다. 이식 받으신 분이 앞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주가 됩니다. 방에 있어도 이젠 책이 안 읽힙니다. 그냥 피곤하고 졸리고 그렇습니다. TV를 좀 보던가, 핸드폰을 좀 하던가, 자던가 그랬습니다. 수술 후 금요일부터 이래저래 아는 분들이 한 번씩 찾아주셔서 좋은 말씀도 듣고, 얼굴도 보고 했습니다.

여름은 여름입니다. 더운데, 라디에이터는 신통찮습니다. 틀면 시끄럽고, 끄면 덥고. 적당히 켰다 껐다 하며 지내봅니다.



#2019.8.27.(화)

오늘 아침식사는 병원에서 먹는 마지막 끼니가 될 것입니다. 움직이기는 한층 수월해졌지만, 통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이것 때문에 예민해져서 간병해주신 어머니께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선 이제 퇴원해도 될 것으로 판단했고, 또 제가 나가야 다른 아픈 분이 들어와 치료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퇴원 절차에 들어갑니다.

입원할 때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병원 밖으로 나섭니다. 한여름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지고, 도로의 과속방지턱을 지날땐 옆구리가 욱씬거리지만, 제가 할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몸조리만 잘 하면 됩니다. 다음 외래 진료를 예약하고 집으로 갑니다. 이것이 마지막 병원 방문이 될 것입니다.



#2019.9.11.(수), 영남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수술 후 3주가 되었습니다. 수술을 담당하신 비뇨의학과 교수님께로 외래 진료를 받습니다. 수술부위는 둔하면서 예민합니다. 안쪽은 마취가 덜 풀린 것처럼 눌러도 저릿한데, 표면은 스치면 쓰립니다. 수술 부위는 잘 아물었고, 몸은 건강합니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교수님께선 앞으로 건강검진만 잘 받으면 될거라고, 남은 하나 다치지 말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 * * *

이후로 제가 있는 곳에서 방송 촬영 준비를 한 번 했고, 겨울쯤엔 4박 5일로 캄보디아에 다녀왔으며, 이듬해 봄께는 정신적으로 충격(?)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잘 버텼습니다만, 여러분은 꼭 1년 정도는 충분히 먹고, 쉬고, 안정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술/담배를 하지 않고 건강한 몸이었다곤 하지만(아, 운동은 잘 안 하네요^^;),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이 수술로 인해 충격을 받은 탓인지 종종 피곤함이 몰려오거나, 얼굴에 뭔가가 나거나(아마도 진균류 감염) 했습니다.

이후로 3년 하고도 조금 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성격이 좀 삐뚤어진 것을 제외하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기증 받으신 분은 몸의 붓기가 빠졌고, 혈색이 돌아왔으며, 식이는 여전히 조절해야 하지만 전보다 훨씬 나은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모두들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합니다. 나빠졌을 때 티끌이나 흠 정도로만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반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빠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건강한 생활을 하고, 미리미리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마음처럼 안 되기도 하겠지만-최대한). 저는 두 개의 콩팥이 건강했고, 덕분에 하나를 필요한 이에게 나눠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

댓글 2개:

  1. 감동이네요.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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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글을 게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답글을 달아주셨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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