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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1. 간혹 책이나 영상을 소개받는 일이 있습니다. 광고로 접하기도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관심이 생기기도 하며, 지인을 통해 추천받기도 합니다. 영상은 되도록 바로 시청하려고 하고, 책의 경우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한 달에 한 번 한꺼번에 주문합니다. 물론 주문한 책을 그달에 꼭 읽는 것은 아닙니다.

제목이나 표지가 이목을 끌지만 별 내용이 없는 예도 있고, 그 내용이 내 취향이나 이해와는 거리가 멀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인 양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내용이 내가 평소 생각하던 바를 논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지요.

저는 대학교에 두 번 갔습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맞추어 선택했습니다. 그때 선택한 전공은 제가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분야였는데, 수업을 따라가는 데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수업이 몇몇 있었긴 했지만, 대학을 흥미로만 다닐 수는 없잖습니까? 전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사고방식마저 바꾸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저는 그것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어떻게 졸업이라도 해보자 생각했지만, 이내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습니다. 여러분은 전공을 선택하는 데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도 그 시간 동안 접하고 배운 것들이 내 사고를 풍성하게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제가 ‘제대로’ 배우고 싶었던 것을 선택했습니다. 탐탁지 않으셨겠지만 제 선택을 지지해 주신 부모님께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새로운 학교는 이전 학교에서 배운 시간을 인정받아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새로운 학번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기들과는 약간의(?) 나이 차가 있었지만,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동안 개인적인 경험과 노력으로 습득했던 지식의 파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내용들이 한데 모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자 배움의 방향과 깊이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읽고 보는 책과 영상들이 같은 감동을 줍니다. ‘종교’와 ‘사람’에 관한 내용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수년 전에 선물 받고는 펼쳐보지도 않다가 집어 든 책을 벌써 2번째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나의 머리를 반짝일 때, 왜 전엔 이 내용을 보지 못했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얼마나 즐거운지요! 흩어져 있던 내 고뇌의 조각들을 단번에 정리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합니다. 그들의 지식이 나의 지식이 되는 것이지요. 아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저는 2022년 한 해를 아주 힘들게 지나왔습니다. 몸은 지치고, 즐거움은 사라졌으며, 속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화가 뭉글뭉글 피어올랐습니다. 얼굴은 흙빛이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기도도 나오지 않았으며, 마치 찐득한 펄이 한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듯했습니다.

작년 연말께 그런 나를 걱정해 주는 분을 만났습니다. 평소에도 간간이 제 안부를 물어보셨는데, 하루는 내 속에 있던 말들을 그분께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초까지 그분과 교제하며 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은 빛을 되찾았고, 다시 책이 손에 잡혔으며, 기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부모님께도 털어놓을 수 없던 속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 삭혀야만 한다고 여겼던 그것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니 내 마음은 한없이 기뻤습니다. 올해는 제가 활동한 지 7년 차에 접어드는 해라, 힘들던 차에 개인적인 안식년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마음만 그랬고 현실적인 상황들이 있어 이전보다 힘을 빼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힘이 생기니 무엇 할 게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자기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과신하거나, 전혀 모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대개 그러한 경우 그 상태가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힘들 땐 쉽시다. 힘들지 않더라도 쉽시다. 머리를 식히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라봅시다. 상처를 치료하고 앞날을 준비합시다. 내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깁시다. 잠깐의 멈춤이 내가 더 먼 길을 갈 힘이 될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이 끝까지 행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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