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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4.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씩 일이 더하여질 때
성취감이 나를 기쁘게 하였으나
물리적, 심리적 한계에 부딪힐 때면
나의 심신(心身)은 하나씩 무너져갔다. 

그럴 때면 나는 묵묵히 땜질만 하였다. 

한 번의 큰 수술과
두 번의 정신적 충격을 겪으며
마음은 점점 쪼개져 갔다.

둥글었던 마음에 가시가 생겼다.
가시는 나를 찌르고 다른 이를 찔렀다.
다른 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내 마음을 껴안았다.

상처에서 흐른 피는
부드러운 살갗을 딱딱하게 굳혔다.

나는 마음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이었다.

신(神) 외에는 의지할 구석이 없었다.
난 신이 야속했다.

어쩌다 내 모든 걸 내주고픈 이를 만났지만
그와 나 사이엔 무너지지 않는 벽이 있었고
깰 수 없는 금기(禁忌)가 있었다.

나는 욕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살갗은 여전히 딱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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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작문] 말머리의 글들은 어떤 특정한 인물이나 단체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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