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4일 수요일

[작문] #7.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얬다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얬다. 화장실 창문 너머 슬래이트 처마에는 고드름이 달렸다. 본디 눈이 잘 오지 않는 지방이었기에 소복히 쌓인 하얀 눈이 즐거웠다.

옷을 든든히 입고 마당으로 나섰다. 공기는 생각보다 포근했다. 발에 밟히는 눈이 뽀드득. 뽀득. 재밌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 눈을 찾아다녔다. 장갑 낀 손으로 눈을 훔치면 딱딱하게 엉겨붙었다가 이내 녹아내렸다. 나는 그것마저도 신기했다.

손이 빨개지고, 코도 빨개지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할 즈음 나는 따듯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기름보일러가 뎁혀둔 장판바닥에 발바닥이 따끔했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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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작문] 말머리의 글들은 어떤 특정한 인물이나 단체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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